우린 어디서 왔나 Oh Ay
윤 주
2024.12.27 - 2025.01.24
갤러리실[室]│서울특별시 용산구 회나무로 43, 앞
윤 주
윤 주는 Textile을 전공하여 직조를 바탕으로 작업한다. 직조를 통해 한 개체가 가지는 고유한 물성을 존중하되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소재로 엮어낸다.
기존하는 소재는 쓰임에 따라 이름을 갖기도, 가공되어 이름이 변형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의 반복은 소재가 점차 기원을 잃고 분립되는 과정의 연속이다. 작가는 쓰임에 따라 통용되어 불려오던 이름들에게 독립적 개체로의 의미를 찾아줌으로써 언어적 본질을 탐구한다.
작가는 공통된 기원 아래 분 립된 소재들의 상반된 결합을 통해 소재가 지니는 목적과 의미를 미지화시키고 새로운 주체로 탈 정형화하도록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나무라는 공통된 기원 아래 개별적 소재로 인식되어 왔던 화선지, 레진, 종이 실의 새로운 결합에 집중하여 다양한 해체와 재조립을 제안한다.
나무는 수많은 이름을 만들어내는 유기체이자 생명력 있는 존재이다. 다양한 가변성으로 여러 소재를 뿌리내리는 나무는 각각 자신의 모양과 계절, 환경의 차이에 따라 이름을 갖는다. 그러나 소재는 자신의 기원을 알지 못한 채 다양한 종으로부터 부여받은 이름과 이후의 쓰임을 위해 인위적으로 가공된 상태의 이름, 그리고 가공된 것들은 기능을 위 해 희생되어 또 다른 이름이 붙는다.
화선지와 레진 그리고 종이실은 서로 흡수하고 엮이고 느슨해지고 연결되며 수동적 관계성을 형성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기존의 역할과 형태를 탈피한 소재들은 각기 다른 위치에서 개별적 역할을 수행하며 하나의 기원으로 되돌아간다.
작가는 소재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소재와 소재 간의 경계를 허물고,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소재임을 재인식시킨다. 여기서 지속 가능함은 나무라는 기원의 지속성도 내포되어 있지만 ‘사용하는’이라는 개념에 기초한다.
이름 벗은 소재들로 얽히고설킨 이 작품들은 사용하는 공예, 사용하는 작품으로 확장되어 소재의 지속성에 대한 사유를 공예적 가치로 증명하고자 한다.